1. 빨리 읽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2. 그렇다고 느리게 읽는 것도 중요한 게 아닙니다. 

3. 중요한 것은 빠르게도 느리게도 읽을 수 있는 속도조절 능력이에요. 

4. 언젠가 한 스키고수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빠르게 타고 내려오면 고수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스키고수는 본인이 원하는 지점에서 원하는 때에 설 수 있는 사람이에요."

5. 독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할 때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 2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떻게 하면 책을 더 빨리 읽을 수 있어요?"이고, 두 번째는 "책을 읽어도 내용이 잘 기억 안나는데 어떻게 하죠?"입니다. (오늘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만 다룰게요.)

6. 조금 더 빨리 그리고 조금 더 많이 책을 읽고 싶고, 조금 더 정확히 내용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십분 이해하지만 이건 책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https://discord.com/channels/950628709751210034/1140817564914688060/1147160988722941962)

7. 한국인들은 여행도 일처리 하듯 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여행을 간 곳의 유명한 관광지에 가서 사진만 후딱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거나 아침 일찍부터 가야만 할 것 같은 곳들을 눈도장만 찍고 온다거나 하는 행동들 때문에 나온 말이죠. 

8. 책을 읽을 때도 '더 빨리, 더 많이, 더 정확히'를 요구하는 사람이 여행을 할 때라고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진 않겠죠. 

9.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책은 그 책을 쓴 작가로 인해 존재해요. 책이 어디서 뚝하고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인해 존재한다는 거죠. 누군가의 생각을 활자화시킨 것이 책이라는 말입니다. 

10. 그래서 책을 읽는 행위는 곧 그 작가(사람)의 생각을 듣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 거죠. 

11. 여기에 기반하여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은 모든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나요? 

12. 누군가의 말은 흘려듣기도 하고, 누군가의 말은 중간중간만 집중해서 듣기도 하고, 누군가의 말은 온신경을 집중하여 듣기도 하죠. 

13. 책도 그렇게 읽으면 되는 거예요. 빨리 흘려들을 책도 있는 거고, 천천히 몰입하여 들을 책도 있다는 거죠. 

14.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흘려듣고 싶은데 흘려듣지 못하고, 몰입하여 듣고 싶은데 몰입하지 못하게 거예요. 

15. 마치 차를 운전할 때, 빨리 달리고 싶지만 겁이 나서 엑셀을 밟지 못하고, 느리게 달리고 싶지만 답답하여 엑셀을 떼지 못하는 상황과 같죠. 

16. 독서코칭을 해보면 운전과 마찬가지로 "더 빨리 혹은 더 천천히" 읽지 못하는 것이 신체적 문제 때문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생각)'이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17. 많은 분들이 더 천천히 보다는 '더 빨리' 읽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이에 대한 마음의 핵심 허들만 짚어드리도록 할게요. 

18. 어른이 된 이후 우리는 '언어'로 사고한다고 인식합니다. 생각도 '언어'로만 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죠. 

19. 그래서 많은 독서 초보자들이 책을 읽을 때 '속발음'을 하며 책을 읽습니다. 속으로 활자를 읽으며 책을 읽는 거죠. 

20. 하지만 이 진실 하나만 깨달아도 독서의 속도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겁니다. "속발음을 하지 않아도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21. 이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독서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게 됩니다. 빨리 읽어야 할 때 빨리 읽을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모든 글을 항상 빨리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리겠습니다.

22. 독서도 여행하듯 즐기시면 됩니다. 차를 타고 구경할 때도 있고, 걸으며 구경할 때도 있고, 때론 한 곳에서 멍때리며 사색할 때도 있어야 한다는 거죠.

23. 살면서 모든 곳을 여행할 수 없듯, 살면서 모든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때론 최악의 여행을 경험하듯, 때론 최악의 책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별로였던 여행지가 나에겐 인생을 바꿀 만한 최고의 여행지가 되기도 하듯, 다른 사람에겐 별로였던 책이 나에겐 최고의 책이 되기도 합니다.

24. 그러니 다른 사람의 말보다는 '내'가 들려주는 '나'의 말에 더 귀 기울이며 책을 읽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