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이쉬 코치 커뮤니티의 "갑부훈" 님께서 보석 같이 반짝반짝한 질문을 해주셔서 이에 대한 저의 답변을 정성스레 드려봅니다🙌🏻

2. 우선 남겨주신 질문에서 핵심 키워드를 뽑아봤어요. 

3. "MBTI", "모순", "투자라는 개념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 "유연함", "대기업에 대한 가치평가", "상식", "가치투자"

4. MBTI도 좋고, 에니어그램도 좋고, 그밖의 다른 성격유형검사도 좋아요. 나의 성격이나 기질이 다른 이들의 것과는 다름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투자의 세계에서도 그 다름이 공존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는 걸 뜻하죠. 

5. 비록 투자의 세계에서 작동하는 2가지 방향은 "산다"와 "판다" 밖에 없지만, 1) 언제 2) 얼마의 가격에 3) 살지 혹은 4) 팔지만 놓고봐도 경우의 수가 몇 배로 늘어납니다. 그런데 여기에 5) 얼마씩 나누어 매수하거나 6) 매도할지까지 추가시킨다면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지죠. 

6.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 속에서도 사거나 파는 가격을 7) 얼마의 '가치'로 여기고 사거나 8) 파느냐에 따라 또 한 번 제각각의 시나리오가 진행되죠. 

7. 여기서 우리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매매라는 행위(많은 분들이 매매를 투자의 개념과 혼용해서 씁니다. 그래서 그 의미마저 혼잡스러워지죠.)가 모순적이라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나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줘야만 내가 이익을 보는 구조네? 그럼 비싸게 산 사람들은 무슨 죄지?'

8. 단기적인 시야에선, 사람마다 기업의 수준을 평가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죠. 당장에 나보다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산 누군가를 비웃거나 안타깝게 여기게 되는 거예요. 

9. 1만원에서 사서 2만원에 판 사람이 소위 이긴 게임을 한 걸까요? 누군가는 2만원에서 사서 10만원에 팔았다면요? 10만원에 판 사람이 이긴 게임을 한 걸까요? 1만원에서 사서 2만원에 판 사람은 1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2만원에서 사서 10만원에 판 사람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면요? 

10. MBTI 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복잡한 인과관계가 엮인 시장이 투자시장이에요.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무언가에 대한 가치평가가 절대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11. 이제 "모순"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볼까요? 저는 모순이란 건 인간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만든 협소적인 하나의 개념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상황을 '분리'해서 바라보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상황을 전체성으로 바라보면 "진동"으로 보이는 거죠.

12. 사람이 모순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전체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모여서 만들게 된 기업이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기업에 대한 전체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요.

13. 질문에서 말씀해주신, "모순점"들을 보이는 기업들(삼성전자, SK, 쿠팡 등)은 대기업이라는 특징과 상장기업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쿠팡을 제외하곤 '오너일가'라는 꼬리표도 갖고 있는 기업들이죠. 

14.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이라는 말에서 '기업'이라는 말을 빼고 한 번 살펴볼게요. 영유아, 초중고등학생,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 등의 단계에 각각 놓인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가 다르듯 기업의 성장정도와 규모에 따라서도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가 달라요. 

15. 그래서 기업이 어린 시기엔 조금만 무엇을 잘해도 칭찬해주고, 기업이 커가는 시기엔 조금씩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해고, 기업이 커진 시기엔 사회적으로 큰 책임을 요구하죠.

16. '어른이라면 마땅히 이러이러 해야지'라는 사회적 시선을 따갑게 받는 사회 속에서 "어른"은 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물론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기 할 것들을 묵묵히 해가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대기업이라면 마땅히 이러이러 해야지'라는 사회적 시선을 따갑게 받는 사회 속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경영을 해갑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은 혁신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해야겠죠.

17.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상장기업'입니다. 시장 밖에서 존재하는 기업이 아니라 시장 위에 올라가 있는 기업이라는 뜻이죠. 세상에 수많은 가수들이 있지만, 방송이라는 매스컴에 나오는 유명한 가수들은 드물죠. 이들은 유명세라는 걸 얻습니다. 그 유명세에 따라 돈도 많이 벌고요. 그런데 방송에 나오지 않았지만 실력파인 가수들도 많죠. 상장을 하지 않은 비상장기업이지만 투자할 만한 기업들도 많다는 거예요.

18. 실력 좋은 비상장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실력 좋은 유명하지 않은 가수에게 투자한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서로가 목표하는 바에 따라 얼마든지 행복하게 투자하고, 투자 받을 수 있죠.

19. 일반인이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 하면 "상장기업"만 떠올리게 된 걸까요? 둘 다 주식을 가진 주식회사인데 말이죠. (나중에 이 부분만 따로 다뤄보도록 할게요.)

20. 방송에 나오는 모든 정보가 옳은 정보는 아니지만 많은 어른들은 '야, 이거 방송에도 나온 거야.'라며 방송에 공신력을 부여해요. 유명한 것과 믿을 만한 것은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는 거죠. 상장기업이기에 무조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방식의 오류를 범하는 겁니다.

21. 고백하건대, 저는 세상이 참 단순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었습니다. 세상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거라고. 복잡하게 생각하니 복잡한 것 뿐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직간접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제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세상은 무지하게 복잡했습니다. 복잡했기에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이 밸런스가 맞는 것이었죠. 

22. 뭔가가 단순할 때는 아주 자연스럽게 복잡해집니다. 그러다 뭔가가 복잡해지면 사람들은 다시 단순함을 추구합니다. 전체성의 균형이 맞춰지는 거죠.

23. 저 역시 그랬지만, 누군가는 유전자 조작기업, 담배기업, 주류기업, 카지노기업 등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24. 또, 누군가는 공매도 혹은 숏 포지션을 통해 전문적으로 수익을 얻습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나쁜 놈들. 저런 놈들 때문에 주식시장이 엉망인 거야.'라고 하겠죠. 저 역시 그랬고요. 

25. 그런데,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 파도가 높거나 낮은 것에 대해 호불호 가치평가를 하지 않고 서핑을 즐기는 것처럼 주식시장도 사람의 본성에 따라 '진동'하는 어떤 구간에 있구나 하는 것을 인지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말이 투자의 유연함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26. "상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일부일처제, 둥근 지구, 자동차와 비행기 교통수단, 사물 인터넷 시대, 문자 소통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상식'이 어떤 시대에는 '상식'이 아니었었죠. 

27. 누군가는 생성형 AI 시대가 무섭다고 합니다. 기계가 메타인지를 갖춰서 인간을 지배하게 될까봐 무섭다고 합니다. 마치 의식이라는 게 인간에게만 있고, 인간이 지배자인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가능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28. 인공지능 시대에 역행하는 지구적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인간이 기계화될 날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의 상당 부분이 자연스럽게 기계화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인간에게 있는 정도의 인권이 어떤 기계들에게는 부여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되돌리기 힘든 관성의 힘으로 인공지능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그 인공지능화가 '인간적'인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고요.

29. 기업의 가치평가를 논하기 전에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습니다. 빅터 프랭클 님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입니다.

30. 무엇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면 좋을지에 대한 성찰을 돕는 책입니다. 이런 고민의 결 속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해본다면 숫자로만 기업을 평가하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 겁니다.

* 다소 긴 글이지만, 누군가에겐 좋은 통찰이 될 거라 생각하며 글을 써보았습니다🙇🏻‍♂️